재난현장 날아온 드론, 로봇팔로 장애물 치워

입력 2021-07-04 17:58   수정 2021-07-05 00:53


길쭉한 프로펠러 4개가 거센 바람을 일으킨다. 직경 약 50㎝의 드론이 굉음과 함께 수직 상승한다. 이내 스스로 장애물 앞에 도착한 드론은 막대 형태의 ‘로봇팔’로 물체를 밀어낸다. 잠시 공중에서 휘청이는 듯하다 내장된 칩이 무게와 형태를 인식하고부터는 막힘없이 ‘활주로’를 만들어낸다.

‘비행형 매니퓰레이터’는 재난 현장을 누비는 드론이다.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사진)가 이끄는 학내 자율로봇연구실이 개발했다. 사람의 진입이 힘든 공간에서 장애물을 제거한다. 손이 닿지 않는 공중 작업도 거뜬하다. 여러 역할을 하는 로봇팔과 비행 안정화 기술 덕분이다. 이 드론은 무게나 접촉면 형태를 모르는 장애물을 맞닥뜨리면 로봇팔로 물체를 밀어보면서 힘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간 재난 현장을 상정한 드론에서 비행 자세 유지는 중요한 연구 분야로 꼽혀왔다. 비행과 동시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약 2년간 비행 데이터를 쌓으며 연구를 거듭했다. 이런 기술이 집약된 비행형 매니퓰레이터는 최근 세계 최대 로봇 학술대회인 ‘국제로봇자동화학회’에서 무인비행체 분야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동재 자율로봇연구실 연구원은 “드론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풍부한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론의 운동 과정을 분석하고 변수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30㎝ 길이의 로봇팔은 드론의 기능을 넓혀주는 또 다른 요소다. 가로로 뻗은 막대 형태, 손가락 세 개를 부착한 사람 손 형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상황에 맞춰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다. 드론과 로봇팔의 결합은 내부 장애물이 많아 진압 난도가 높았던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에서 가장 필요했던 기술로도 꼽힌다. 김 교수는 “2001년 올림픽대교에서 발생한 육군 헬기 추락 사고부터 최근 쿠팡 화재 사태까지, 드론이 공중에서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현장이 많다”며 “카트 손잡이, 문 등 여러 사물을 대상으로 로봇팔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드론에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로봇팔에 부착한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스스로 구별해내는 ‘이미지 센싱’ 고도화가 다음 목표다. 기술 적용이 완료되면 AI가 스스로 최적의 비행경로를 찾아낼 수 있다. 로봇팔의 움직임도 좀 더 사람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작업 환경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해 드론의 인식 기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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